메추리알 장조림, 멸치볶음, 김치찌개, 소고기무국, 오징어 진미채 볶음 등등 일부 간단한 요리는 내 입맛에 맞게 제법 할 줄 안다. 그런데 맨날 만들던 것만 만들어서 식상했다.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요리책 3권을 샀다.
이제 본격적으로 하나씩 만들어볼 것이다. 요리책의 레시피로 처음 도전해보는 메뉴는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흰살 생선구이'다. 처음에는 순서대로가 아닌, 그날 만들고 싶은 음식을 만들까? 생각했다. 그렇게 고르다가는 이 책에 소개된 레시피 중에서 일부만 만들게 될까 봐 책의 레시피 순서대로 요리하기로 했다. 그러면 책에 나온 모든 레시피를 시도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흰살 생선구이는 1인 가구, 즉 혼밥족들을 위해 펴낸 책인 <나에게 선물하는 따뜻한 밥상>에서 첫 번째로 소개된 레시피다. 책 디자인이 예쁘고 혼자 사는 나에게 안성맞춤일 것 같아서 이 책을 가장 먼저 꺼내 들었다.
※ 주의사항
이 글은 요리를 잘하는 고수가 요리하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올린 것이 아니다. 요리 초보자가 요리책을 보면서 따라한 요리일지다. 좌충우돌!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흰살 생선구이' 만들어보기. 지금부터 시작한다.
책에 나온 레시피에서 약간 수정했다.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흰살 생선구이'는 디톡스 요리로, 건강미가 마구 느껴지는 재료들이 들어간다.
재료
• 동태포 200g
• 아스파라거스 3대
• 밀가루 (동태살에 묻히기용)
• 소금 (아스파라거스 데치기용)
• 식용유 (팬에 두르기용)
된장소스 재료
• 된장 2T
• 맛술 2T
• 알룰로스 0.5T
• 다진 양파 1t
• 참기름 1t
밀가루도 같이 찍는 것을 빼먹었네. 재료 모음 사진에서 밀가루만 혼자 빠졌다.
동태살은 냉동이고, 홈플러스에서 500g에 10900원에 샀다. 아스파라거스는 6대 들어 있었고 6490원에 샀다.
나는 건강을 위해 설탕 대신 알룰로스를 넣고 있다. 알룰로스는 설탕 대체제다. 설탕처럼 단맛이 나는데 당류가 0g에 가깝다. 당 섭취를 줄이면 노화, 기억력 감퇴 예방에 좋다고 한다. 마이노멀 알룰로스는 설탕 대체제 특유의 화한 맛이 나지 않는다. 설탕처럼 단맛만 나므로 음식에 넣어 먹었을 때 거부감이 없고 잘 어우러진다. 단, 액상이라서 양 조절을 잘해야 된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 시작해 볼까.
양파 다지기
양파를 잘게 다져주었다. 다진 양파가 아니라 다부진 양파 같다. 다진 양파라고 부르기엔, 투박하고 큼직하다. 양파를 칼로 썰면서, 곱게 다질 수 있는 도구가 따로 있지 않나? 생각했다. 야채슬라이서, 그래 그거. 맞나? 아닌가? 잘 모르겠다. 칼로 다지면 왠지 잘게 다져지지 않는 것 같다.
동태살 자르기
냉동 상태였다가 해동해서 그런지 동태살에서 물기가 많이 나왔다. 물기는 모두 버리고 한번 물로 씻었다. 기존 동태살이 뭔가 커보여서 더 작게, 얇게 포를 떴다.
동태살은 500g이었다. 이번 요리에서는 레시피대로 그것의 절반 정도만 사용했다.
된장소스 만들기
된장 2T, 맛술 2T, 알룰로스 0.5T, 다진 양파 1t, 참기름 1t.를 넣고 섞었다. 알룰로스란 설탕 대체제로, 설탕처럼 단맛이 난다. 당류가 100g 당 1g 수준으로, 0g에 가까워 건강식 요리에 딱이다. 설탕은 여기저기 많은 식품과 요리에 들어간다. 쌓이면 하루 권장량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아스파라거스 3대 준비 완료. 먼저, 밑동을 잘라낸다. 그 다음 4~5cm씩 잘라주라고 했다. 눈대중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아스파라거스를 요리에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당연히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자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책에 실린 완성된 요리 사진을 보니까 저 뾰족한 부분이 플레이팅 되어 있었다. 입에 들어갔을 때 느낌이 이상할 것 같이 생겼다. 입속을 긁을 듯한 날카로운 자태. 마치 클로(claw) 같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먹기 싫은 비주얼이다. 저 부분을 자르고 싶었지만, 레시피를 따르기로 했다.
냄비에 물을 담고 끓였다. 물이 끓었을 때 소금을 넣었다. 아스파라거스를 데치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아스파라거스를 투하했다. 저 클로(claw)처럼 생긴 뾰족한 부분은 몇 번을 봤는데도 적응이 안 된다. 저거 먹을 수 있는 거 맞아? 먹어도 되는거지? 비주얼이 영 내키지 않지만 요리책에서 얘도 플레이팅 되어 있었기 때문에 믿고 따르기로 했다.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밀가루에 동태살을 넣고 버무렸다. 밀가루가 전체적으로 골고루 입혀지도록 나름 세심하게 했다.
오일을 두른 팬 위에 밀가루 묻힌 동태살을 올려 구웠다. 중불로 했다. 인덕션의 불 세기는 200~2000인데, 1000으로 했다.
레시피에서는, 동태살 양면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 동태살에 된장소스를 바르고 아스파라거스도 같이 구워주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아스파라거스를 맨 마지막에 넣으면 별로 익히지 못할까봐 된장소스 바르기 전에 투하했다.
[동태살 노릇노릇하게 익히기 > 아스파라거스 넣기 > 된장소스 바르기] 순서대로 한 것이다.
그런데, 구우면서 젓가락으로 뒤적였는데, 동태살이 더 으깨졌다. 구우면서 으깨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동태살은 생각보다 더 연약했던 것이다. 가뜩이나 잘게 잘랐는데 여기서 더 작아져서 곤란하다. 이것은 동태포인가, 다진 동태인가. 위 사진을 보면 확 느껴질 것이다. 굽기 전보다 동태살이 많이 으깨졌다는 것이.
아스파라거스까지 넣고난 다음, 된장소스를 살살 발라주었다. 음~ 된장냄새. 구수하게 퍼지는 된장냄새는 맡기 좋았다. 건강한 향기. 이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잠시 후 펼쳐질 비주얼의 변화를. 그저 향기에 심취했을 뿐이었다.
완성인 듯 아닌 듯 완성인 요리. 어찌어찌 완성하긴 한 요리.
굽기 전, 동태살 자를 때 너무 작게 잘랐나 보다. 동태포가 아니라 동태 죽이 된 느낌이다. 프라이팬에 구우면서 동태가 으깨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된장 색 때문에 익었나 안 익었나 가늠이 안 되어서 오래 구웠더니 군데군데 까맣게 탔다. 생각해보니까 된장 바르기 전에 이미 동태 노릇하게 굽는 작업 했었네? 이미 익은 거라 많이 말고 조금만 더 프라이팬 위를 노닐게 하면 되는 거였는데.
맛 평가
이것만 단독으로 시식해 보았다. 짰다. 레시피에서 된장을 2큰술 넣으랬는데 과한 2큰술을 넣어서 그런가. 레시피에서 지시한 것은 평평한 정도가 아닐까. 그런데 나는 된장이 봉긋 솟아있었다.
밥이랑 같이 먹어보았다. 여전히 짰다! 식감은 부드러웠다. 아스파라거스는 동태살이랑 같이 처음이 아니고 된장 바를 때 같이 넣은 거라 얼마 안 구워서 빳빳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외로 잘 씹혀서 놀랐다. 데쳐서 그런가. 그런데 맛은 umm... 된장이 제대로 베지 않은 날것의 느낌? 아스파라거스 본인의 개성을 뽐내는 느낌? 된장소스가 더 벴으면 맛있었을 것 같다, 로 순화하겠다. 맛이 없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반찬들이랑 같이 먹어서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인 흰살생선 요리는 반 남았다. 맛 있었으면 그 자리에서 다 먹었으려나? 아니다, 양이 많았던 걸로 치자. 반찬통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었다. 내일 먹어야지.
요리책을 보고 따라한 첫 요리는 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실패했다. 다진 동태포를 의도한 것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잘게 으깨졌고, 부분적으로 탔고, 동태살의 맛은 짜고, 아스파라거스는 된장 맛이 베지 않아서 날것의 맛이 났다.
된장소스를 만들 때 된장은 적게 넣자. 굽다가 으깨질 수 있기 때문에 생선은 너무 작게 자르지 말자. 오늘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다. 요리는 할수록 느는 거라고 했다. 다음에는 좀 더 멋진 요리를 할 수 있길 바란다.
좌충우돌 요리일지 첫 번째. 여기서 끝.
마지막 할 말
완성 사진은 썸네일로 하는 게 제격인데, 저건 너무 새까매서 못 쓰겠네. 그래서 그나마 상태 좋고 밝아보이는 사진으로 썸네일을 설정했다.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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